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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연참여 게시판

한국인이 좋아하는 시 작성일 2022.12.15

1.
기형도 / 빈집

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

잘 있거라, 짧았던 밤들아
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
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, 잘 있거라
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
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
잘 있거라,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

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
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


김소월 / 먼 훗날

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
그때의 내 말은 잊었노라.

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
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.

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
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.

오늘도 어제도 아니잊고
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.


백석 / 여승

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.
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.
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.
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.

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점판
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.
여인은 나어린 딸을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.

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.
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
어린 딸은 도라지 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.

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.
산정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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프로그램 정보

행복한 저녁 즐거운 라디오
월~금 17:00~19:00
제작 김용환PD / 진행 김용환PD